코로나19 증상일기_2023_0422
코로나 증상일기_2023_0422
와이프가 코로나에 걸려도 회사일에 지장을 줘선 안된다는 강한 일념에 환자를 방치하고 스스로 ‘동거인 강제 격리’에 들어갈 정도로 나 자신만 챙겼던 하루하루를 반성하고 있다.
3년간 그토록 열심히 피해다녔건만 한순간에 ‘양성’이 반갑다는 듯 인사한다. 젠장...
23/4/21
아내 병원 검진차 세브란스에 들렸습니다. 마스크 의무해지로 마스크없는 자유의 삶을 살고있는 나로선 병원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에 뭔가 흠칫했습니다. ‘어라? 한두명이 아니네?’ 찬찬히 둘러보니 ‘나만빼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역시나 자원봉사자 한분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멀리서 냉큼 걸어오시며
“마스크 써야합니다!”
“죄송합니다.”
뒷걸음질 친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얼른 돌아서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주차장 가는 동안 ‘감염취약시설인 요양병원·장기요양시설 같은 입소형시설, 의료기관 등에선 착용 의무가 유지’라는 기사가 기억났습니다. 예년보다 호흡기 질환 환자가 부쩍 늘었다는 기사도 언뜻 본것같았습니다. 아내 역시 호흡기질환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요즘 날씨 때문에 환자가 많은가보다 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찍 움직인 탓에 검진을 마치고 아내와 숨을 돌리는 차에
‘오빠 눈이 따갑지 않아? 나만 그래?’
‘응 나도 그래 여기 건조한가?’
둘이 눈이 뻑뻑하고 따갑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목이 부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또 생각해보니 왼쪽 겨드랑이 안쪽이 따끔거렸습니다. 상처도 없었는데 몸살 날 때 따끔거리듯 작은 통증이라 지나쳤는데 하나하나 가만히 떠올려보니 ‘아~ 감기오려나?’
역시나 틀린 예감은 왜 꼭 맞아떨어지는지. 이게 인생인가 봅니다.
오후부터 썰렁하더니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네 번째 증상이 찾아온겁니다.
목이 부음
살이 따가움
눈이 뻑뻑하고 따끔거림
오한
이제 온다는 모든 신호는 다 준 것 같네요. 저는 항상 이런 증상이면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두꺼운 옷을 껴입고 동면에 들어갑니다. 최대한 따뜻하게 최대한 많은 땀을 흘리는게 비법이라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이렇게 하루만 들어갔다 나오면 다음날부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 감기는 사라지고 깨끗한 몸을 맞이하고 했었는데... 이놈의 몸도 이젠 나이가 많이 들었나봅니다. 밤새 이불을 얼굴까지 덮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추위와 전쟁을 했습니다. 추워서 덮으면 갑갑하고 갑갑해서 내리면 춥고. ‘밤은 왜 이렇게 긴가? 누가 닭 목이라도 비틀었나 새벽은 왜 이리 길고 동은 안 트는 걸까?’ 밤새 악몽에 회사일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120억을 받아왔는데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한지 아닌지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야한다니. 이게 지금 이 와중에 결정을 꼭 내려야할 일인지... 왜 하필 지금인지. 난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꿈인 건지 아닌 건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이불과 악몽과 싸우면서 긴긴밤을 지새웠습니다.
23/4/22
아침에 허우적 대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가 병원가자고 깨우기 시작합니다. 토요일이라 일찍 진찰을 봐야한다며 다그칩니다. 그래 아픈 것보단 낫겠다 싶어 얼른 채비를 합니다. 운전할 힘도 없어 감사하게도 아내가 운전을 합니다. 유명한 이비인후과를 찾아뒀다고 가는 길이 좀 멀지만 견딜만 했습니다. 주차하고 병원에 들어서는데 사람들 소리가 시끌시끌하더니 병원 문밖에서부터 대기 줄이 장난이 아닙니다. 병원 들어서니 모든 쇼파에 사람이 다 앉아있습니다. 이렇게 유명하신분이 왜 이렇게 작은 병원을 운영하실까?
간호사에게 접수하면서 다섯 번째 증상을 깨닫습니다. 목부음, 살 따가움, 눈이 뻑뻑, 오한을 이야기 하니
“두통은 없으세요?”
“아~ 맞아요. 뒷머리가 아파요”
이렇게 둔할 수가.
접수하고 서서 기다리다 용케 자리가 나서 앉아서 대기를 합니다. 아내가 운전하면서 ‘좀기다려야 할 거야’라는 말이 이제 떠오르네요. 여러명의 환자가 접수하는 동시에 다시 돌아갑니다. 간호사의 ‘1시간 30분 대기하셔야해요’ 다들 아픈 사람들이니깐 그냥 돌아가는 거 다 이해합니다. 저 또한 그러고 싶지만 아내가
“오빠 여긴 좀 기다려야할 거야, 선생님이 치료를 잘하신데”
“그래...”
“옆에 이비인후과가 많은데 다들 욕하더라 여기가 젤 좋다고 그러더라”
“...”
그래 30분넘게 달려 도착한곳인데 여기 말곤 답이 없는 걸 이미 아는 터라 아픈 몸으로 병원에 비치된 TV만 열심히 시청했습니다. ‘개는 훌륭하다’를 보며 나도 빨리 강형욱 같은 사람을 많나 치료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 여섯 번째 증상이 나타납니다. 콧물이 눈물흐르듯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일곱 번째 증상도 함께 옵니다.
“콜록”
그렇게 두가지 증상을 전송받고, TV프로그램이 끝날 때 쯤 이름을 불러줍니다.
의사 선생님이 가까이 오지않고 멀리서 증상을 물어보십니다.
“증상이 어때요?”
“목 통증, 오한, 살따가움, 뻑뻑한 눈, 두통(간호사가 알려준)”
그리고 “콧물과 기침은 이제막 나오기 시작했어요”
우주인이 유영하듯이 정말 조심스럽게 나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콧구멍과 편도선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70이 넘어보이는 모습에 페이스 쉴드를 쓰고 있으니 더욱 그리보였습니다. 그리곤
“코로나 걸린적 있어요?”
“아니요”
‘3년동안 그렇게 열심히 피해다녔는데. 지금 온다고?’
“검사한번 해볼게요”
“증상이 같은가요?”
“네 그런거 같아요”
‘뭐지?’ 수십번 찔려봤지만 한번도 양성이 나오지 않았던터라 설마하며 의사선생님을 의심했습니다.
“양성입니다.”
지난 24시간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에 스쳐지나간다. 아내와 병원을 돌아다녀던 기억 중 ‘마스크를 벗고 얼마나 돌아다녔길래?’ 이떻게 그렇게 금방 쉽게 걸릴 수가 있을까.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입과 콧구멍에 약품을 여러차례 넣어주시더니 콧물 색깔이 무엇인지 물어보신다.
“하얀색이요”
“이제 시작했네”
“정말 코로나에요?”
“네 코로나 맞아요”
주사한대 맞고 약 잘챙겨 먹으라고 의외로 쿨하게 퇴장. 주사한대 맞고 코로나로 뒤통수 맞고 혼미하다. 수많은 사람들 중간에 아내가 앉아있다. 가서 ‘나 코로나야’ 이야기 할 수도 없고 구석에 멍 때리며 혼자 서있으니 아내가 와서 묻는다.
“선생님이 뭐래?”
“가까이 오지마”
“왜”
“(소곤)나 코로나”
수많은 사람들과는 다른 공기를 마시는 사람처럼 제일 구석에서 우투커니 서있었다. 간호사가 소곤소곤 이야기해준다. 배려인가?
“약은 이틀치고, 보건소에서 문자 갈꺼니깐 비대면으로 처방받아도 됩니다.”
아내가 묻는다
“요즘 격리는 안해요?”
“네 하긴하는데 요즘은 그냥 감기로 보긴해요”
물론 사견이겠지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병원을 나오면서 지난밤 옆에서 잤던 아내가 걱정됐습니다. 나 때문에 기관지 천식끼가 있는 아내에게 코로나를 옮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안방에 자진 격리하고 아내와의 생이별을 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건 이 와중에 남편 식사와 약, 생강차를 꾸진히 챙겨주는 아내가 너무 감사합니다. 지난날 아내가 코로나 걸렸을 때
“난 걸리면 안돼!, 중요한 녹화가 있는데 내가 책임PD란 말이야!”
그리곤 편하게 생활하라며 모든 공간을 내어주고 나 혼자 독방에서 격리했을 때. 너무 이기적이었단 생각이 왜 이제 드는 걸까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재수 없었을 것 같아요. 심지어 밥도 직접해주지 않고 아내가 해주는 밥을 방안에서 받아먹었다니.
정말 재수 없는 남편임을 이제야 반성하네요.
그리고 다음날 4/23
여섯, 일곱 번째 놈들이 크게 말썽을 부립니다.
콧물은 노란색으로 가래를 데려옵니다. 기침은 기도에서 가래와 밀당을 하고 기도에게 잔혹한 상흔을 남깁니다. 그렇게 여덟 번째놈과 아홉 번째 놈이 찾아옵니다. 목소리가 갈라지네요. 이젠 대화를 오래하는것도 힘듭니다.
지금까지 증상을 순서대로 정리하자면 (2일차)
목이 부음
2. 살이 따가움
3. 눈이 뻑뻑하고 따끔거림
4. 오한
5. 두통
6. 콧물
7. 기침
8. 가래
9. 목소리 갈라짐
아직은 견딜만하다. 조금씩 나아지나보다. 오만한 착각이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보일러를 올리면 덥고 건조한 상태서 코가 막혀 숨쉬기도 어려워집니다. 추위와 더위를 오가며 밤새 전쟁을 치릅니다. 새벽에 온몸이 땀으로 젖어 올을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최대고비 아침이 찾아옵니다.
23/4/24
말이 안나옵니다. 이젠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조차 못합니다. 계속 춥습니다. 그런데 몸은 계속 땀을 흘립니다. 추위에 벌벌떨며 혹한기 캠프라도 온듯 미친듯이 버팁니다. ‘아~ 코로나가 날 이렇게 죽이는구나!’ 이제 반쯤 포기합니다. 도저히 아파서 비대면 진료를 신청합니다. 힘든 와중에 어플을 깔아야하고 본인인증과 카드등록까지 너무 힘든 과정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또 버팁니다. 다행히 접수하자마자 의사 선생님께 전화가 옵니다. 증상을 말하니 강하게 약을 처방해주시겠다고 합니다. 전화를 끊고 약국을 선택합니다. 매우 간단하군요. 집에서 진료를 받고 약까지 퀵으로 보내준다니 획기적입니다. 기다리다 아내가 핵사메딘이라는 약을 줍니다. 가글하면 좀 나을꺼라고 코로나 걸리면 의사들이 하려고 했던 몇가지 방법중 하나라고 써있었답니다. 가글하고 다시 침대에 들어가서 두시간 다시 땀을 뺍니다. 근데 거짓말처럼 말이 나옵니다. ‘아... 이 약뭐지? 왜 목소리가 나오는거지?’ 갑자기 목소리가 살아나다니 몸도 마음도 많이 가벼워집니다. 세상에 이런일이 점차 나아가나봅니다. 하지만 오늘밤이 또 무섭습니다.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하루 이틀 더 아플겁니다.”
그래요. 하루걸러 하루 아팠으니깐 또 아플수도 있겠네요. 이젠 밤이 무섭습니다. 제발 끝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