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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아기가 칠순이 되어가도록... 보고싶었단다 우리 딸~

[감사일기]

by 0파란파도0 2023. 7. 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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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자~ 아니 전자야~

지금은 이름을 바꿨더구나 고명희라고

우리 딸 고명희~ 아버지가 기억나니?

많이 컸구나. 이제 나이가 70이 되었더구나.

어렸던 널 두고 떠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리 빨리 흘렀구나.

사랑하는 우리 딸 명희야 보거라~

방 안에서 화로대에 고구마 구워주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어찌나 몸이 안 좋았는지 뜨끈뜨끈한 돌을 껴안고 통증을 참고 견디는 내 모습을 보는 너의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아버지가 많이 미안하구나.

아버지 없는 동안 어린 동생 셋에 엄마까지 챙기느라 고생 많았지?

고향 목포에서 타지 부산으로 오면서 우리 딸 얼마나 무서웠을까.

우리 딸 공장일 하며 다리에 큰 화상을 입었을 때 저 어린것이 아버지가 없어 얼마나 힘들었을지 옆에 있어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했단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우리 딸~

부산에서 건장하고 착한 청년을 만났더구나. 묵묵히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사 와 우리 딸 집을 청소하는 듬직한 사위를 보고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배 타는 청년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었지.

그렇게 걱정했던 77년 겨울. 성분도 병원에서 첫째 창훈이를 낳고 홀로 누워 있었던 그날. 혼자 이부자락에 눈물을 훔치는 널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이 애비가 한참을 울었단다. 아버지가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했구나.

나쁜 사위 같으니라고. ㅎㅎㅎ 원래 섬사람들이 무뚝뚝하지.

그래도 우리 딸 명희야~ 창훈이 애비도 얼마나 가고 싶었겠냐? 얼마나 너와 아들을 보고 싶었겠냐. 이제 그만 그날의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해 주려무나. 지금까지 평생 나쁜 짓 안 하고 일편단심 가족들만 생각하는 성실한 내 사위 아니더냐.

우리 사위가 말은 잘 못하지만 아들이라고 얼마나 좋아했냐? 그래도 둘째 나으면서 준비성 철저히 면도칼에 리어카를 끌고 달리지 않았더냐. 그 추운 날 둘째를 낳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던 너희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구나. 그렇게 너희들이 가족이 되는 날 난. 너희들이 건강한 가정을 꾸렸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웠는지 몰랐단다. 너희도 엄마, 아버지가 되고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에 자랑스럽기까지 하더구나.

창훈 애비가 또 해외로 나가있는 동안 아들 둘을 홀로 키우며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 우리 딸~ 내가 그래도 너희 아들 크게 안 다치게 하느라 얼마나 바빴는지. 너희들 옆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었단다. 그렇게 군대를 보내고 장가를 보내고 어여쁜 며느리 둘을 보았구나. 이제 우리 딸이 시 엄마가 되고 손녀가 태어나고 할머니가 되었더구나. 자랑스럽다. 아버지가 널 얼마나 꼭 껴안아 주고 싶었던지. 우리 딸. 한평생 사느라 정말 고생 많았단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줘서 이 아버지가 너무 고맙단다.

오랜 시간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구나 우리 딸.

아버지가 오래 동안 같이 있어주지 못했지만 우리 딸은 남편 자식들과 오래오래 같이 좋은 시간 마음껏 즐기다 아버지와 만나길 바란다. 아버지는 너희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모습을 30년은 더 보고 싶단다. 우리 딸 그래줄 수 있지?

이제부터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아무걱정없이 너의 인생을 충분히 즐기려무나~

사랑한다~ 우리 딸 명희야~                         

2023.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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